티셔츠가 진짜 어려운건데..
옷 중에서 가장 다양하고 까다로운(?)게 나에게는 티셔츠다.
다른 옷도 참 고민이 많은데, 이건 참 살 많은 계륵 느낌이다.
때문에 고민 후 산 옷에 오래도록 손이 가면 뿌듯하기도 하고.
우선 티셔츠는 살과 가장 가깝고 세탁할 일도 많아서 옷이 상하기가 쉽다.
그렇다고 한 번은 닳으면 버리자는 생각에 AAA인지 길단인지를 3~4장 사서 한동안 잘 입었는데,
버릴 때가 되니 또 아까워서 못 버린 게 아직까지 잠옷으로 살아남아있다.
이렇게 옷장 한켠은 이런 옷들은 위한 무덤 같은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염이나 오염은 어떻고?
어디서 묻고 이염이 되는지 어느 순간 흰 티셔츠에 애매하게 푸른 느낌이 들기도 하며,
재수 없이 묻은 떡볶이 국물이 아무리 빨아도 흉터처럼 남아 있기도 하다.
또 브랜드 감성을 가장 싸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 티셔츠다.
어떤 옷감을 쓰는지, 포켓은 어떻게 쓰는지, 로고는 어디에 박는 느낌인지..
가장 접근하기 가까운 가격이면서 디자이너가 원하는 느낌을 경험해 볼 수 있다.
때문에 너무 비싸면 부담스러워지고 한번 사면 오래 입으니 대충 살 순 없는 것이 티셔츠다.
그래서 그동안 입어보면서 만들어진 취향은 아래와 같다.
나의 티셔츠 취향은 아직까진 이렇다.
1. 사이즈
사이즈는 일단 크게 사는 것이 만족도가 높다.
근 5,6년 동안 1~2 사이즈를 업해서 사서 입고 있고, 편한 느낌에 몸이 길들여졌는지,
수축이 일어나는데 어깨가 답답한 것은 못 참겠다.
원단이 좋아도 옷이 줄어 쫄티처럼 느껴지면, 그 옷도 '무덤'으로 간다.
마찬가지로 Slim이란 단어는 앞으로 내가 어떤 옷을 입던지 제외되는 단어가 될 것이다.
2. 원단
20수, 30수 사실 별 차이를 느끼진 못하겠다.
다만 한 벌 사서 오래 입기에는 Heavyweight라고 쓰여있는 것들이 성공률이 높다.
원단이 두꺼운 만큼 원치 않는 노출(?)도 막을 수 있고,
두껍게 툭 떨어지는 질감이 좋아서 최근에는 거의 다 Heavyweight였다.
3. 디테일
우선 목 라운드는 한번 덧대여 있는 게 좋다.
목 늘어남은 감기와 같은 무조건 적으로 오는 현상인데, 조금 덜하게 해 준다.
너무 잘 덧대여 있으면 매번 옷을 입을 때마다 머리와 씨름을 하기도 한다.
몸통은 봉제를 한 것보다 통으로 만들어진 것을 선호하는데,
옆라인에서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좋다.
이 외의 디테일들은 무심하게 박혀있는 조악한 나이키 로고 라던지, 일부로 길게 만들어 튀어나와 빈티지함을 보이는 관리라벨이라던지, 일부러 남겨놓은 제봉선 같은 것이 되겠다.
4. 가격
이게 정말 중요한데, 예전에는 금액의 제한건을 두고 옷을 사니 계절을 못 따라가겠더라.
티셔츠 한 장에 10만 원이 넘어가면 아직까진 납득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위에 사양들을 모두 충족해 준다면 10만 원 밑이라면 살 용기가 생긴다.
티셔츠에 대한 취향은 이 정도로 정리하며,
이후 글에서 마음에 들었던 브랜드와 관심을 있는 브랜드들을 정리해 놓고자 한다.
마음 같아서는 브랜드 하나에 완전히 꽂혀 '졸업'을 하고 싶지만.
나도 티셔츠도 초심이라는 게 계속 바뀌는지라 그것은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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